혁명과 상호텍스트성

하이너 뮐러는 희곡 {과업. 한 혁명의 기억 Der Auftrag Erinnerung an eine Revolution}의 서두에서 "이 희곡은 안나 제거스의 소설 {교수대 위의 빛 Das Licht auf dem Galgen}의 모티브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교수대 위의 빛}은 제거스의 소설집 {카리브해의 이야기들 Karibische Geschichten}에 실려 있는 사실주의 소설로서 프랑스 대혁명 기간 중 자메이카에서 일어난 흑인봉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인 드뷔쏭, 갈루덱, 자스포르타는 파리 혁명정부의 일원인 앙트완느로부터 영국 치하에 있는 자메이카에서 노예제도에 대항해 흑인 봉기를 일으키라는 과업을 부여받는다. 세 사람 중 지도자격인 드뷔쏭은 본래 자메이카의 노예주 출신이나 공화주의의 이념에 감화되어 혁명세력에 가담했다. 그와 나머지 두 밀사들은 자메이카에 도착해 정체를 감춘 채 암암리에 자신들의 뜻에 동조하는 흑인들을 규합해 봉기를 준비한다. 그러나 준비가 완료되어갈 무렵 파리로부터 나폴레옹이 혁명정부를 무너뜨리고 권좌에 올…(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