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당제와 정치개혁

정치 구조와 문화가 후진적인 나라에서 다당제는 정치적 혼란을 되려 증폭시킬 수 있다. 대립하는 이해 관계를 매끄럽게 조정하고 생산적인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선진적 정치 구조의 특징이겠기에, 이러한 구조가 자리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의견이 흩어지고 대립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키게 된다는 말이다. 우리 나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우리의 경우 정치적 갈등의 양상이 고른 이념적 균열에 근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노동당으로 대변되는 진보적 정치세력은 여전히 4당체제의 외부에 있다. 즉 지금의 다당체제는 사상과 이념, 정책상에서의 균열이 고르게 표출된 결과물이 아니라, 보수적 정치주체 간 감정적 대립과 갈등에 의해 도출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다. 그것도 거대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 보수의 색채를 띤 정당이 둘로 갈라졌다는 점에서 균형의 축이 거대 야당으로 쏠리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명확한 이유 없이 분열한 민주당과 통합신당에 우호적 태도를 취하기 어려움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