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겐 이 책이 한 권의 소설로 읽힌다. ´문명의 야만´ 이라는 역설의 스펙트럼 안에 포함되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지나치게 복잡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정치사를 기술하려다 보니 캐릭터의 출혈이 불가피했고 그래서 인물들이 밋밋해지는 불상사가 생겼다. 이 책에선 역사가 캐릭터들의 매력적인 군살을 가차없이 도려내 버린다. 정치사나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만 돌아가지 않았다면 풍만한 지방질을 자랑하는 퇴폐적인 캐릭터들은 제 목소리를 끊임없이 주절댔을 것이다.
프랑스의 갑부 베르나르디노 드로베티, 야금야금 이집트의 유물들을 빼돌리다가 거꾸로 프랑스 왕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단죄 받아야 할 도적질이 결과적으로 이집트 유산을 보호한 꼴이되서 문화주의자로 칭송 받게된 것. 읽다보면 도둑질도 이쯤되면 할 만한 것이로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에티엔느 조푸루아 생틸레르, 변호사가 되라고 윽박지르던 아버지의 뒤통수를 치며 생물학자가 된 인물이다. 학술단 일원으로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 따라나섰다가 그곳에서 온갖 기이한 것들을 연구했다. 특히 이집트의 뱀 묘기 쇼에 강한 매력을 느꼈던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