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님의 뜻보다는 아무래도 그「님」이 누구인지 궁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군말」의 맨 마지막 시행을 정독(精讀)하면 될 것이다.「군말」의 구조는 석가, 칸트, 마시니로 시작하는「그들의 님」에서「너희들에게도 님이 있더냐」의「너희들의 님」, 그리고「나는 해저문 벌판에 」로 끝맺음하고 있는「나」의 님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나는 해저문 벌판에서 돌아갈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羊)이 기리워서 이 시(詩)를 쓴다」의 마지막 대목에서 만해는 나의 님이 누구인지 명시(明示)하고 있다. 만해가 기리워하고 있는 대상은「돌아갈 길을 잃은 어린 양」이다. 그리고 그 기리운 것들은 그에게 시를 쓰게 한다. 그에게 예불을 하게 하는 '님'이 있고 독립선언문을 읽게 하는 '님'이 있었다면, 그에게는 시를 쓰게 하는 또하나의 '님'이 있었던 것이다. 늑대에 잡혀먹히는 양(羊)이 아니다. 길 잃은 어린 양들―미로 위에 서있는 어린 양들[無垢性]은 시를 갈망하는 존재―자기자신까지를 포함한 세계의 독자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