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등] 중편소설 잔등에 관하여

3.작품 해설 ① 허준의 <잔등>(「대조」1～2, 1946.1.～7.)은 화가인 1인칭 화자가 해방이 되어 친구 방씨와 장춘[신경]에서 청진을 거쳐 서울로 귀국하는 과정이라는 작품의 내용적 측면과 ‘길’이라는 형식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때의 ‘길’은 해방이라는 역사적 상황에 의해 규정되는 것으로서 당시 해외 동포의 귀환이라는 함축된 의미를 지닌다. 이와 같이 ‘길’의 형식은 당대의 사회적 현실의 반영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② ‘잔등’이라는 제목 자체가 암시하듯이 이 작품에서 술집 할머니와의 만남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노인은 젊어서 남편을 잃고 어렵사리 아들을 키우나, 그 아들은 사회주의 운동에 몸을 던지고 그 후 투옥되어 해방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서 옥사한다. 그러면서도 죽지 못하고 장사를 하는 이 할머니에게 작가가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할머니가 보여 준 ‘인생에 대한 애정’이다. 이러한 모습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과거 지배 계급이었던 일본인 잔류자에 대한 작가의 흥분되지 않은 담담하고도 객관적인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③ 패전한 일본인의 참상과 함께 폭격당…(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