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박노자가 한국의 종교를 정치와 빗대어 종교패거리주의라고 비판하는 것, 상아탑에 드리워진 망령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대학사회에 내재하는 교수와 학생의 기묘한 공생논리를 비판하는 것은 사실 도발적이다.
물론 그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귀화 한국인이지만 국외자의 시각에서 그리고 교수라는 신분에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속된 말로 한국인으로서는 `맞아죽을 각오` 아니면 `생매장`당할 각오가 아니면 쓰기 어려운 것이 우리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비판적 시각에서 우리는 박노자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미시적 구조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우리는 박노자가 한국사회가 강한 민족주의와 혈통주의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조선족 등을 포함한 재외동포에 대해 차별적이라는 것,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해 한국사회에 내재하고 있는 교묘한 인종주의적 편견 등을 비판할 때는 한국사회에 대한 그의 비판적 시각이 국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상의 시각에 대해 비판적인 식자들은 박노자가 우리사회가 겪어온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국외자의 잣대를 들이댄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내용 중에는 진부한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의 전근대성에 대한 비판들, 왜곡된 민족주의와 그것의 국가주의적 변종, 지역주의, 연고주의 그리고 최근에 많이 제기되고 있는 인종주의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솔직히 이런 담론은 한국사회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로 넘쳐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박노자의 비판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