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태조 왕건

2.왕건에 앞서 먼저 그의 길을 예비한 궁예의 이야기

가. 궁예의 애꾸눈에 얽힌 이야기

제47대 헌안왕과 후궁 사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이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이가 나 있었다. 게다가 아이가 태어난 집 지붕 위에는 상서로운 흰 빛이 무지개처럼 하늘로 치솟았다. 그러자 당시 하늘의 운행을 살피던 일관은 이 일을 범상하지 않게 여겨 왕에게 `이 아이는 나면서부터 이가 나 있고, 눈에는 이상한 광채가 있어 장차 나라에 큰 화근이 될 인물입니다. 미리 죽여 화근을 없애야만 합니다`라고 예언하였다. 이처럼 궁예의 비극적인 운명은 그의 출생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많은 갈등과 번민 끝에 헌안왕은 마침내 갓 태어난 궁예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차마 자신이 뿌린 씨앗을 직접 자신의 손으로 죽이지는 못하겠던지, 사람을 후궁 집에 보내 죽일 것을 지시하였다. 그런데 왕의 명령을 받은 신하가 후궁 집에 도착해 포대기 속의 아기를 내던지려 하자 아기의 어미인 후궁이 결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이처럼 신하와 후궁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이에 아기는 어느새 마루 아래로 내동댕이쳐져 있었다. 그러자 이 광경을 지켜본 유모가 후궁과…(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