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허씨(蘭雪軒 許氏) - 문학으로서의 삶, 삶으로서의 문학 -

난설헌은 그녀가 남긴 유려한 문장들 이전에 당시 여성으로서는 찾아 보기 힘든 독자적인 삶을 남겼다. 조선이라는 사회를 살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았다는 것, 스스로의 삶에 치열하게 대응했다는 것은 그 사회를 굳건하게 지키는 의식에 반기를 드는 행위였다. 그것은 그녀가 이름있는 문벌출신의 규수이며, 세도가 집안의 며느리라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보아야할 점이다. 그녀가 여느 여염집 아낙처럼 근거없는 권위에의 순종을 따르지 않은 것은 그녀가 자라온 집안의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와 친남매인 하곡 허봉의 신뢰와 사랑이 뒷받침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선천적으로 자유로운 영혼과 예술적 자질을타고났다는 점이다. 그녀의 삶은 문학을 통해 이루어졌고, 문학으로써만 오직 삶이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난설헌의 시에는 사랑에 대한 적극적인 고백, 사물에 대한 정감어린 시선, 기풍있는 세태 풍자 등이 고고하게 녹아있다.
난설헌은 시집을 가기 전부터 여느 여성과 다름없이 사랑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여염집 처녀가 사랑이나 그 밖의 본능적 감정들을 입밖에 내어서는 안된다고 가정교…(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