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실크로드”를 읽고...

인류 문화사는 동·서양이라는 두개의 축을 중심으로 쉼없이 꿈틀거리며 변화하고 발전하였다. 동·서양의 흩어진 편린들을 꿰어 동서교류사의 밑둥을 이룬 육상 실크로드는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때부터 시작되어 번성하였다. 그러나 육상 실크로드는 물동량의 한계와 육로가 야기하는 갖가지 재난으로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킬 수가 없었고, 8세기부터는 유럽시장을 중계해온 서역의 무슬림 상인들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바닷길 개척에 나선 무슬림 상인들은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주에까지 거점을 확보하였는데, 이들에 의해 동방의 항로가 완성된 것이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낙타 한 마리는 많아야 200㎏을 실을 수 있다. 그러나 송나라의 300t급 선박은 낙타 600마리에 선원 500여명을 실을 수 있었다고 하니 낙타 등짐으로 지속되어 온 동서교역은 바닷길이 열리면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동량의 규모나 다양성, 교역의 정례화, 참여하는 왕국의 숫자면에서 해상 실크로드는 혁명적이었다. 말라카와 자바 해를 거쳐서 인도와 중국을 잇는 바닷길은 중동의 무슬림에 의해 베네치아로 연결되어 아시아와 유럽시장…(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