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고...

이 작품은 박완서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는 소설로 작가의 체험이 진실하게 드러나 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시간을 초월하여 그 시대로 돌아가 바로 옆에서 그녀의 삶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매우 생생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은 당시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이기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에 고통스러워하는 부분이었다. 어쩌면 고백하기에 너무나 아픈 기억일 수 있는 것들을 담담하게 끄집어내었다. 지금은 할머니가 된 작가의 스무살 모습을 다시 한번 회상하며 작품을 돌아보겠다.
작품은 올케가 오빠의 다리의 총구멍에 심을 갈아 끼우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작가에겐 늘 ‘천성의 생각하는 갈대’로 여겨지던 오빠가 인민군에 끌려갔다가 거의 폐인이 되어버렸다. 그는 늘 지금이 누구 치하에 있는지를 불안해하며 식솔에 대한 애정도 없이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작가와 올케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이른바 ‘보급투쟁’을 나선다. 동네의 빈집에 들어가 음식을 훔쳐 오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살기 위해 인민위원회에서 일을 봐주게 된다. 그러던 중 갑자기 세상이 또 바뀌어 인민군이 후퇴하게 되자 그들은 작가와 올케를 이북으로 강제…(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