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개소문에 대한 재평가

연개소문은 동부의 대인으로서 대대로(大對盧)였던 아버지가 죽음으로써 그 지위를 계승해야 마땅한데, 다른 귀족세력은 그의 성품이 흉포하기 때문에 계승을 방해했다. 이에 연개소문이 머리를 조아려 여러 사람들에게 사죄하며 맡기를 간청하고, 만일 합당치 않으면 비록 폐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이로써 여러 귀족세력이 그를 가엾게 여겨 세습을 허락했다고 한다. 고대사회에서 귀족가문이 세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선대의 신분과 지위를 세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일화에서 보듯이 다른 귀족세력이 연개소문의 세습에 간섭하고 나선 데는 그의 가문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아마 그의 삶에서 전반기에 해당할 터인데, 이 사건이 정확하게 언제 있었던 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연개소문 가문은 장수왕이 평양성으로 천도한 이후에 새로이 득세한 신귀족세력으로서 옛 수도인 국내성출신의 구귀족세력과는 정국운영에서 여러모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영양왕대의 수에 대한 강경노선은 신귀족세력이 주도했으며, 영류왕대의 당에 대한 온건노선은 구귀족세력의 정책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개소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