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동거에 대하여

노상에서 거침없이 부모의 이혼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철없는 아이들의 맹랑함 정도로 쉽게 여길 수만 없는 것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나 가정불화가 더 이상 일부에 국한된 특수한 얘기는 아닌 까닭이다. 우리는 결혼하는 커플 세 쌍 중 한 쌍이 파경을 맞고, OECD 국가 중 이혼율 1, 2위를 다투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이쯤 되면 배우자 선택에 있어 신중함을 기하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위해서 동거를 택한다는 젊은이들의 말이 허황된 얘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결혼의 실패가 낙인처럼 인식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동거가 늘어나고 있다. 상대에 대한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1년의 동거가 10년의 연애보다 더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거는 결혼의 전 단계로서 배우자 검증의 의미 뿐 아니라, 그 자체로써 결혼의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혹자는 사회 유지의 근간이 되는 결혼의 신성함이 무시되고, 도덕과 윤리의 실종을 개탄하기도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문화와 정서가 변화해가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키스만 해도 풍기문란으로 즉심에 회부되던 것이 불과 20년 전의 일이다. 시대가 바뀌고 윤리 기준도 그에 따라 진화한다. 동거를 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