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를 읽고

내가 가진 내면과 외면의 모순된 이중성을 이 소설의 화자인 형준의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매사에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성격으로 그의 만수산 4인방 친구들로부터 비난받는다. 하지만 나는 그가 누구보다도 마음이 여린 사람이며, 더불어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지닌 인물이라고 믿는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풍파 많았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그는 수없이 자아와 세계와의 충돌 상황을 경험했다.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의 흐름 앞에 수없이 많은 좌절을 느끼게 되면 사람은 자연스레 자신만의 방어 기제를 갖게 마련이다. 방어 기제는 삶에 대한 거부나 외면이 아니라 녹녹치 않은 삶을 제 의지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다시 말해 방어 기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이미 삶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