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의 일원론과 다원론 하버마스와 포스트주의 간의 논쟁에 대한 비판적 고찰

1) 포스트주의의 다원론
굳이 고대의 소피스트들까지로 지나치게 멀리 나아가지 않더라도, 포스트주의의 기원은 적어도 19세기 중반의 니체까지는 쉽게 소급될 수 있다. 그리고 하이덱거를 거쳐 바따유와 라깡과 데리다와 푸꼬, 그리고 리오따와 보드리야, 들뢰즈와 가따리, 부르디외 등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포스트주의 철학은 그 짧지 않은 역사만큼이나 내부적으로 다양한 내용들을 뭉뚱그려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넓은 차원에서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니, 앞서 밝혔듯 그 공통점이란 다름 아닌 일원론과 이성주의에 대한 격렬한 공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포스트주의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니체의 사상이 헤겔까지 이어지는 독일 관념론 및 서양 기독교의 전통에 대한 정면도전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점에서부터 분명하다. “신은 죽었다”는 저 유명한 니체의 일갈 속에서, 우리는 ‘신’이라는 개념 속에 내재되어온 일원성과 체계와 질서와 통일과 이성과 논리라는, 그때까지 고상하고 마땅한 것으로 간주되어온 모든 가치를 일거에 전복시키려는 니체의 야심만만…(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