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작가론

- 소설을 통해 본 근대성 「만세전」은 염상섭 소설의 특질을 밝힘에 주춧돌과 같은 자리에 놓여 있다.「신생활」지 창간호에「묘지」라는 제목으로 3개월간 연재되고 1924년에「시대일보」에서 완결되어 곧 단행본으로 나오면서「만세전」으로 개제하였다.「묘지」를「만세전」이라고 바꾸어 단행본으로 낸 이유는「묘지」의 상징성과「만세전」의 상징성 사이의 동질적 측면과 이질적 측면이 빚는 의미층을 제목 개제에서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만세전」에서 공간개념은 동경서 서울까지의 공간개념과 서울만의 공간개념으로 분절되는바, 이 두 공간개념에 대응되는 시간개념은 정반대로 되어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아내의 위독함에 대한 맏형의 전보를 받은 주인공은 기말시험 이틀째를 맞았지만 추가시험을 칠 요량으로 시험을 중단하고 그날 밤으로 귀향길에 오른다. 주인공의 심리는 물론 초조하지만 그 초조함은 시간에 대한 초조감에로는 연결되어 있지 않다. 머리 깎을 때도 아닌 터에 일부러 이발소에 들른다든가 술집 여급 정자에게 줄 목도리를 산다든가 술집에 들러 여급들과 하는 일들이 주인공의 심리적 불안과 초조함의 드러냄이긴 하나, 동…(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