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2를 보고...

몇 해 전 슈렉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영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채로, 그저 그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겠거니 하고 극장 문을 열었던 나는 뭔지 모를 불쾌감과 유쾌함을 동시에 지닌 채 스크린을 빠져 나왔다. 유쾌함이야 당연히 즐거운 화면과 음악에서 얻을 것을 테고. 불쾌함은 아마도... 정확히 말하다면 나 자신에 대한 불쾌함이었을 것이다. 지금껏 기존 해피엔딩 동화의 뻔한 결말("백마 탄 멋진 왕자님과 예쁜 공주님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라는...)에 일종의 동의 표를 계속 보냈왔던 나 자신에 대한 배신감 정도랄까? 드림웍스의 비꼼은 성공했고, 월트디즈니 세계 속에 빠져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드림웍스로 발길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슈렉2. 여전히 드림웍스의 기본 전략(?)이 충실히 살아난 영화다. 이미 전작에서 설정한 "안티 디즈니"는 이젠 비록 진부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전편보다 훨씬 더 생동감 있고 더욱 풍부한 캐릭터들의 활동상은 관객의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수도 없이 등장하는 각종 영화의 패러디 장면은 실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제격인 듯하다.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