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90 년대 여성 작가들의 `아버지`- 오정희, 양귀자, 신경숙의 문학에 나타난 `아버지`에 대해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
오정희의 소설 〈중국인 거리〉에서 어린 소녀 화자는 항상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어머니의 여덟 번째 아이 출산을 지켜보며 가부장적 제도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는 수채에 쭈그리고 앉아 으윽으윽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임신의 징후였다. 이제 제발 동생을 그만 낳아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처음으로 여자의 동물적인 삶에 대해 동정했다. 어머니의 구역질은 비통하고 처절했다. 또 아이를 낳게 된다면 어머니는 죽게 될 것이다.

화자는 어머니의 구역질을 `비통`하고 `처절`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은 어머니가 그렇게 동물적인 삶을 살 수 밖에 없도록 내모는 `아버지` ㅡ 가부장적 제도 ㅡ 의 존재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동정의 시선이다. 즉, 나이 어린 화자에게 아무런 존재감이 없던 무능력한 `아버지`의 모습이 사회제도 아래서 강자(强者)의 입장으로 간접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낮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머니는 지독한 난산이었지만 여덟번째 아이를 밀어내었다. 어두운 벽장 속에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절망감과 막막함으로 어머니를 불렀다. 그리고 옷 속…(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