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우리의 유교문화 전통에서 서구적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말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외래어에 일치하는 어휘조차 갖고 있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이란 현대화의 과정에서 우리 사회에 도입된, 말하자면 서구적 개념의 하나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의 지적대로) “고(高)상황”(high-context)의 문화이다. 고상황의 문화전통에서 서구적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은 다분히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의 문화권에서 상황이 내포하는 의미의 수준은 상당히 높고 풍부하다. 그래서 고상황의 문화라 불리 운다. 사회적 상황이 이미 높고 풍부한 의미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통사회의 한국인들은 서로의 만남에서 “의미의 전달”을 위해서 많은 대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미 충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다르다. 그들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토론하고 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미가 상황 속에 있기보다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유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문화는 “토론의 문화”이며 논쟁의 문화라 할 수 있다. 즉 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저(低)상황적 문화”(low-…(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