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날, 아내로부터 전보가 왔다. 급상경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희중은 인숙에게 사랑한다는, 서울로 데려가겠다는 편지를 쓰고 나서는 찢어버린다. 곧바로 서울행 버스를 타고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3. 인물 소개
① 윤희중: 아내 덕분으로 출세하게 된 것에 대해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희중은 현대 일반인의 모습이다. 목적은 성공이고 출세로 이미 어느 정도는 이룬 상태이다. 그것은 서울에서이기에 가능했다. 서울에서의 희중은 골방 따위에서 움츠러들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제약회사에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해 쉴새없이 뛰어다닌다. 말끔한 차림을 하고 때로는 거만하게도 보인다. 그는 서울이라는 환경에 알맞게 적응한 인물인 것이다. 성공한 그와 서울 사이에는 괴리라는 게 있을 수 없다. 그는 서울을 배경으로 출세했으며, 또한 서울은 수많은 `희중들`에 의해 지금의 서울일 수 있었다. 그리하여 이제 전무에 이르기 전, 휴식을 권하는 아내와 장인에 의하여 무진에 다녀가게 된다. 즉, 적당히 때묻고 오염된 대가로 안정된 지위와 생활을 얻게 된 `나`는 혼란스럽던 청년기의 `나`로 잠시 곁눈질 해보게 된 것이다. 분명 `잠시의 곁눈질`이었으나 그로 인한 혼란감은 여전히 컸다. 서울에서의 판단력과 윤리관으로 철저히 무장되어 있었던 그는 무진에 오자마자 판단력과 윤리관의 무장을 해제하고 다시금 감상과 연민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인숙에 대한 희중의 애틋한 연민도, 서울로 데려가겠다는 약속도, 책임에 대한 윤리관도 무진에서나 가능할 뿐, 서울에서 온 한 통의 전보만큼의 현실성도 갖지 못한 것이었다.
② 하인숙: 무진 중학교의 음악교사로서 윤희중을 만난 후 허무를 벗어나기 위해 무진을 떠나고 싶어하나 그 삶을 수용하고 머무는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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