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수원성) 답사기

곳곳에 스민 조상의 숨결
나는 커다란 건물이나 시설물, 유적지 말고도 작은 조각상, 그림 등에도 관심을 가지려 했다. 그중에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이주석, 낙수대, 그리고 단청 등이었다.
이주석
코를 갈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
화홍문 바로 앞에 위치한 작은 석상이 있다. 이무기 기둥돌이라고도 하는 이주석이다. 사진에서는 잘 보여지지 않지만 옆에서 보면 이무기 돌의 코가 다른 부분에 비해 모양이 뭉툭한 걸 알 수 있다. 가이드를 맡은 선배의 설명에 따르면 이주석 돌가루를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사람들이 코를 깎아 갔다고 한다. 비록 그것 역시 우리 문화의 하나라곤 하지만 참 서글퍼졌다. 아들을 못 낳는다고 얼마나 구박을 받았으면 돌가루까지 먹었을까. 여성권리가 많이 확보된 현대 사회에서도 여자로서 살아가는 게 힘들다 싶은 데 그 시대의 여성들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단 청 (丹 靑)
집의 벽, 기둥, 천장 같은 데에 여러 가지 색으로 그린 그림과 무늬. 이 단청 무늬들은 창룡문 기둥과 벽에서 찍은 단청들이다. 최근에 손을 봤는지 페인트 색깔이 또렷했다. 그 모습은 날 슬프게 했다. 천연염료로 염색…(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