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 연구

1. 서론

시인 정지용 탄생은 이번 백년이 지났다. 지금도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것에 대하여 그가 정작 작품활동을 한 것은 겨우 20년 남짓하다는 사실이 떠오르면 정지용은 이미 젊어서 현대시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찬탄과 원망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요즘 시인들은 오래오래 살면서 오래오래 사는 만큼 현대시사의 금 밖으로 멀리 소멸되는 경우도 없지 않아서 못내 안타깝기도 한 것이다. 소월도 1902년생이니까 이 두 시인은 우리 현대시사에서 이란성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소월은 서른 살 남짓해서 죽었고 지용은 한국전쟁 당시 남과 북의 경계를 넘으며 현대시사에서 사라졌으므로 이 두 시인의 전기적 사실 속에서는 이른 바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묘한 사실성과 허구성이 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비천하고 가난한 식민지 현실 속에서 소월이 삶을 방기했던 것은 너무도 감동적이며, 또 한국전쟁 당시 개인이 어쩔 수 없는 역사적 필연성에 의하여 분단과 대립이라는 우리 민족의 현실 앞에 전신으로 부딪쳐서 자신의 운명을 시대의 운명 위에 던져버린 지용의 삶과 죽음의 방식은 소월의 그것과는 또…(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