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신앙과 설화 속의 가신들 - 무속신화를 중심으로

그리고 양옥에 살기 시작하면서 종래에 모시던 가신들의 신체가 양옥 건물의 배경이나 재질, 색상과 더 이상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하는 생각도 대두되었다. 혹은 쉽게 폐기할 수 없었던 가신들의 신체를, 양옥 입주를 계기로 하여 역사의 뒤안길에 묻어버리기도 했다. 그리하여 재리의 가신들은 양옥에서 더 이상 그 생명력을 유지하게 어렵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재래 가신신앙에 대한 종교적 의미가 적은 것으로 여기는 생각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한 의식의 변화는 서구종교의 보급과 확산, 교육수준의 향상, 서구문화의 유입 등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양옥이 일반화된 현재에도 양옥 속에 재래의 가신 가운데 일부는 과도기적 형태로 남아 있기도 하다. 그것은 주로 옛 관습의 관성에 의하여 잔존하는 현상일 것이다.

Ⅲ. 여전히 전승되는 가신신앙

(1) 성주의 자리가 대청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
가신의 자리는 대개 일정한 곳으로 정해져 있지만 가정에 따라, 주택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 자리는 대체로 신의(神意)에 따라 설정된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역시 신의 지시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성주…(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