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유럽과 ‘나’: 변화, 지속, 그리고 반복

산업혁명의 열매인 물질적 향상과 도시화 등에 대한 당대인들의 거북스러움은 영국에만 국한된 형상은 아니었다. 프랑스의 경우, 부르주아 가치관에 대한 반발은 무엇보다도 새로운 미학적 운동으로 꽃피었다. 산업화와 근대화의 기둥이 되었던 경험적 실증주의와 과학적인 사물관찰을 거부하고 ‘실체’를 생성, 유동성, 불확정성으로 파악하는 새로운 시각이 세기말에 ‘현대적 예술’의 탄생을 선언했다. Weber, France Fin de Siècle, p. 148, 153.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물의 본질은 때로는 언어적 상징성으로, 때로는 빛의 반사적 인상으로, 때로는 무의식세계의 투영을 통해 더 잘 드러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상징주의, 인상파-표현주의, 초현실주의 등의 예술적 유파가 형성되었다. 부르주아지의 획일성과 통속적인 딜레탕트에 맞서 첨단을 앞장서서 실험적으로 추구하는 예술적 ‘아방가르드 운동’이 세기말 파리를 예술과 보헤미안의 수도로 만들었던 것이다.
독일제국의 경우, 앞에서 언급했듯이, 외양적으로 보이는 평온함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정치·사회적 불만이 팽배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독일의 통일은 늦었을 뿐만 아니라, 지리적…(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