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의 시적 담화 양식

자아가 경험하는 내용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것일 때, 또는 현실에서 부닥치는 갈등이 기존의 관념과는 이질적인 것일 때, 자아는 우선적으로 현실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언어화할 경우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실이나 사건을 객관적으로 나타내고자 하고, 따라서 묘사적 서술이 많아지거나 작중 인물의 언어가 중요시된다.
첫째, 처음 여행하는 곳에서 얻은 경험에 대한 서술이다. 새로운 것에 대해 자아에 작용하는 기존의 관념체계가 강할수록 자기 표출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그 관념 체계가 약할수록 대상인 현실자체를 객관적으로 드러내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때 가사는 서술적 독백을 위주로 하면서도 내면 표출을 위한 순수 독백체를 사용하게된다.
사행가사 <연행가>를 보자. “하오월 초칠일의 도강날 졍여네”라는 진술은 비록 현재형의 사적시점을 채택하여 독백에 근접하였지만, 화자가 행한 비언어적 행위를 요약 제시하는 서술적 독백의 성격을 지닌다. ‘이별의 정서가 처창하여, 상사별곡 노래를 듣기 힘들 정도’인 내면을 환기함으로써 서술적 성격보다는 독백체가 원래 가졌던 자기 표현의 기능…(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