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를 읽고

박지원의 윤리 이론은 일단 전통적인 유교적 윤리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충, 효, 예, 인 등 기존의 중심적인 가치 및 덕목들이 그대로 소중하고 타당한 것으로 계승되는데, 다만 이러한 덕목들이 특정 신분의 전유물은 아니며 천한 직업을 가진 자라도 자신의 본분을 다함으로써 얼마든지 체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오히려 무위도식하면서 백성들이 고혈을 빠는 양반이나 특권층 등 기생적인 존재의 타락을 더 큰 도덕적 문제로 여겼다.
박지원의 가장 큰 과제는 당대 조선 현실의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열하일기에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나름대로의 대안이 적극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는 우선 당시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던 문란한 전제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한전제’를 주장하였다. 이는 양반 및 특권층이 토지를 독점하고 실질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들에게 토지가 넉넉하게 분배되지 못하니 민생이 피폐해지고 사회적 부가 고르게 나뉘지 않는다고 보고,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를 제한하여 실질적인 경작자에게 토지를 부여함으로써 국부 증대…(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