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의 시 일월

이 작품은 시인이 일가(一家)를 이끌고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만주로 갔을 때의 시대적 상황과 결부되어 있다. 화자는 어디인들 광명이 없겠느냐며 허허로운 만주 벌판으로 떠난다. 그 곳에서 미개인처럼 풍찬노숙(風餐露宿) 즉, 별과 더불어 잠자고 비바람과 더불어 근심하며 모든 생명을 열렬히 사랑하되 애련에는 빠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암담한 상황에 처해서 감상적인 애련에 빠지는 것이 치욕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이와 비슷한 생각이 그의 시 ꡔ바위ꡕ에서도 나타난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지적 표현이 그것이다.
또 다른 시에서 그는 ‘내 애련에 괴로운 날 / 차라리 원수를 생각하노라’라는 말도 하고 있다. 생명을 사랑하되 그는 ‘원수와 /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게는 ‘증오’로 대응한다. ‘원수’는 바로 생명을 억압하는 자이기 때문에 그를 증오하는 것은 ‘가장 옳은’ 일이 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