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인쇄기술의 발전과 쇠퇴에 관한 고찰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문화적으로도 성숙되었던 시기에 금속활자의 개발이 촉진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경우에는 전란으로 나라가 황폐해졌을 때 처음 금속활자에 눈을 돌렸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다른 요인이 기술개발에 더 큰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기에 추후의 논의로 미룬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목판인쇄의 발명으로부터 갑인자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인쇄기술면에 있어서 세계적으로도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인자의 개발 이후 인쇄기술은 점점 쇠퇴하기 시작한다. 근대에 서구인쇄기가 도입될때까지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였던 것은 오히려 목판인쇄였고, 필사(筆寫)도 주요한 지식 보급수단이었다. 어떤 원인이 그토록 훌륭했던 인쇄기술을 사장시켰던 것일까. 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인쇄기술이 쇠퇴한 원인

조선의 인쇄기술이 중세이후로 과연 쇠퇴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조선사회에서도 서양과 같이 인쇄술로 인한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에 따르면 서양에서 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