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

어느덧 무량수전 앞에 다다랐을 무렵 노랗고 벌건 노을이 내 얼굴에 살짝 내비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모르게 배흘림기둥을 찾아 그 앞에 기대어 서서 눈을 감고 최순우 선생님의 말씀을 곱씹어 보았다. 『사무치는 그리움 그 아름다움에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라는 말씀 말이다. 시간이 가는 지도 모르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추녀 곡선 끝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에 젖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처마를 만들 수 있었을까, 너무도 화려한 것 같이 출렁이면서도 어찌나 단정하고 정갈해 보이던지, 고려인의 탁월한 미적 감각을 새삼 느끼게 하였고 교수님이 왜 혼자가보라고 하신지 알 수 있을것 같기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