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운

1. 불교의 자연관

불교에서 자연이라 할 때는 현상계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불교에서는 현상적인 모든 것을 물거품같고 꿈같은 것이라고 일단 부정한다. 이러한 부정은 현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사물의 실상을 꿰뚫어 보도록 하기 위한 방편이다. 한 치도 더할 것도 없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가 진리의 개현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평상심이 곧 깨달은 마음이다. 참다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의 눈에는 자연 그 자체가 화엄정토로 보이는 것이다.
‘님의 침묵’ 88편을 포함하여 다수의 한시와 시조를 남긴 한용운의 작품에는 자연을 시적 대상으로 한 것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한용운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대신 자연의 현상을 통하여 자연의 궁극적 실재에 대한 탐구에 관심을 두었다. 한용운의 사상적 배경이 불교의 선사상이듯이 작품 속에는 불교의 참다운 진리를 자연을 매개로 하여 형상화한 작품이 많다.

(1) 연기적 자연관
불교의 일반적인 자연관은 제행무상이라는 말이 나타내듯 자연, 물질, 인간의 존재를 항상 변화하는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만물은 끊임없이 변하되 서로가 서로에 연하…(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