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론

(가)가치의 보편성과 특별성 :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순수한 기술적 측면에서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적으로 그러한 것이고, 특정국가의 상황에 따라서는 지방자치가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실시하는 데에 많은 제약적 요인이 따르는 수가 있다. 특히 신생·발전도상국의 경우 그러한 요인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정국가의 당면목표에는 민주정치의 구현, 정치적 안정의 확보, 경제·사회적 발전의 촉진, 사회구조의 개혁, 능률적 행정의 추진 등 다양한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당면목표물 사이에는 상호 보완적인 경우도 있으나 반대로 상호 모순·대립적인 경우도 있어서 지방자치의 필요성을 한마디로 결론지을 수가 없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경제성장의 추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는 지방자치보다는 오히려 집권적 통치체제가 더욱 필요한 경우가 있는 반면에, 민주정치의 구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는 지방자치체제가 더욱 절실히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당면목표는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고 국가·사회의 제반 여건의 변동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다. 예컨대 국가발전 초기에는 정치적단결과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하여 집권적 통치체제가 필요하지만, 시일이 경과하여 이러한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 점차 지방자치체제 채택의 필요성이 커지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필요성은 모든 국가·사회·시대에 보편적으로 동일하다고 볼수 없으며, 특정 국가·사회·시대에 따라 다른 특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 유의 하여야 한다.

(나)발전도상국에서의 가치 : 그러면 발전도상국에서는 지방자치가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것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지방자치의 가치는 어떠하다 할 것인가? 발전도상국에 있어서도 나라마다 그 사정이 다양하여 이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우므로 여기서는 그 일반적인 사정을 전제로 하여 고찰할 수 밖에 없다. 발전도상국의 선진제국의 경우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외국의 지배로부터 독립한지 일?하여 정치적으로 국가의 결집을 도모하여서, 경제적으로 성장·발전을 추진하여, 동시에 국제적인 지위의 성장을 꾀하여야하는 과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특수상황 아래에서는 선진국에서 아무런 제약없이 시행되어 온 지방자치제도 그 실시가 어느 정도 제약받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도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지방자치는 전술한 바와 같이 정치적 이유에서는 물론이고 기술적 이유에서도 매우 소중한 것이다. 더구나 발전 도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종래에 지나친 중앙집권적인 국정운영의 결과 그 폐해가 지나치게 클 뿐만 아니라, 배분적이고도 참여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여야 하는 실정에 있다 할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 여건 아래에서는 지방자치의 시행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군국적으로는 그 시행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지방자치가 각 국가의 역사적·지리적·사회적 및 정치적 배경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 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 있어서 지금까지 지방자치의 시행을 헌법부칙에 의하여 제약하여 왔으나, 오늘날 그 제약을 해제하고 단계적으로 지방자치를 시행하고자 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