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먹이 운다`

2. 영화 ‘주먹이 운다’를 보고
영화 전편에서 교차편집으로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보여주던 두 주인공이 마지막 결승전에서 처음으로 만나 누구도 질 수 없는 승부를 펼친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부둥켜안고 버둥거리는 모습을 그대로 십여분간의 지난한 6회 경기를 그대로 담아낸다.
영화전반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로 봐서도 당연히 공들여 만들어서 감동적인 장면임에는 의심할 바가 없지만 슬픔의 비주얼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권투 경기 장면에서 난 감동과 전율을 동시에 경험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선택하게 되는 것이 `권투` 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권투란 경기는 인간이 행하는 가장 육체적인 스포츠일 것이다.
즉, 몸 자체로 승부하는 가장 원시적인 경기라 볼 수 있다. 사각의 링 위에 신체의 주요부위만을 가릴 수 있는 조악한 팬티 한 장과 글러브만을 착용한 채 던져진 복서의 숙명적인 고독은 비루한 삶에 던져진 나약한 개인의 절대적인 고립감과 궁극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이지만 본능적으로 허우적대며 펀치를 날려대는 그들의 모습은 처절하고 고단하지만 절대로 포기할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