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정치세력의 성격

이처럼 서울에 사는 몇몇 성관의 거대유력가문에 정치권력이구조적으로 집중된 것은 조선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중앙정치세력이 오랜기간에 걸쳐 사회경제적인 변화에 대응한 결과 형성된 상부구조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다시말하자면 지배계급의 계급적 한계와 연결되어 사회발전을 반영하는 이러한 집중이 우연한 사건들로 인해 가속되었을지 모르지만 어느 특정한 개인의 정치능력의 유무를 결정적으로 영향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초에 양반 사족이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마련한 여러정치 제도가 오랜 기간 유지되자 두꺼운 관행의 벽을 갖게 되었다. 이에 그 중심부를 장악한 중앙정치 집단은 관행에 익숨함을 바탕으로 그러한 제도를 정치적 이해에 잘 이용하여 재생산을 구조적으로 이루어내면서 각각 자기 가문의 기반을 넓히고 굳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