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날 보러와요’와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본 연극과 영화라는 두 장르간의 상이성

영화와의 비교에 들어가기 앞서 ‘날 보러와요’의 인상깊은 점을 몇 가지 들자면 미해결 실화의 재현 그대로 극 속에서 세 명의 용의자가 차례로 등장하지만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서울 출신 엘리트 김 형사를 정신병으로 몰아넣는 18장은 용의자 악령의 등장을 몽환적으로 처리하여 작가의 지향점이 ‘사건’ 자체보다 진실을 추구하지만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는 대목이다. 또 ‘살인극’을 소재로 한 작품답지 않게 인물들의 성격이나 관계에 희극적 요소를 부여하며 미스 김과 김 형사와의 로맨스도 전개된다.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은 의아해 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삶의 단면을 탐구하고자 하는 연극의 전체의 의도와 잘 부합된다고 생각된다. 범인을 찾기 위한 진실, 진리 탐구의 과정도 인간들이 자신의 삶을 추구해 나가는 행동 양태일 뿐이며, 그 상황속에서 부대끼고 충돌하며 해결 혹은 좌절하는 것도 결국 인간 자신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영화는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80년대와 시골 경찰서라는 시·공간적 배경과 미해결 사건의 추적과정에서 광기에 함몰되어 가는 형사들의 내면에 더 주…(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