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치와 독재

인도 독립 후 초대 총리를 지낸 네루가 옥중에서 자신의 딸에게 보낸 편지를 엮어 만든 책인 세계사편력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프랑스 혁명이후 계몽주의의 파급은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를 가져다 주었고, 의회제민주주의의 실현을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필립 벨’이 지적하는 것처럼 “계몽의 시대는 1914년과 1918년 사이에 종식”되었다. 세계대전은 진보의 이념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였다.
19세기에 민주주의와 의회는 곳곳에서 발판을 잃어가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공공연하게 완전히 배제되고, 어떤 나라에서는 참된 기능을 상실해 ‘엄숙하고 공허한 허식’에 불과한 형편도 있다. 어떤 역사가는 이러한 의회제도의 퇴조를 19세기 군주제도의 몰락과 비교한 적도 있다. 마치 영국이나 그 밖의 나라의 국왕이 실권을 잃어버린 것처럼, 의회정치도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공연히 의젓한 척하는 한낱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307면)
한세기 이상 수많은 사람들의 이상이요, 영감의 원천이 되어 그 때문에 목숨을 던진 사람들이 몇천, 몇만을 헤아리는 민주주의가 어찌하여 이러한 위기에 봉착했는가? 그 답은 새로운 형태의 독재, 즉 노동…(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