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생전의 구조와 의미

그런데 집권층들은 문제의 근원적 해결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표면적 현상에만 고식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를 속수무책인 채로 방치해 두고 있다. 이는 곧 그들이 도의 사회적 실현이라는 선비 본연의 역할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지식을 명분을 위장한 사적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만 이용하고 있음에서 기인되고 있다.

3. 화이론적 명분주의와 주체적 실리주의

1) 삼책 제시와 북벌론의 허위성

앞서의 논의에서 우리는 당시 집권층에 대한 작자의 시각이 상당히 비판적임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집권층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뒤이은 이완과의 담판에서 한층 강화되어 나타나고 있으니, 이는 허생이 제시한 삼책(三策)의 의미와 그에 대한 이완의 반응을 통해 한층 분명하게 확인된다.
이완으로부터 북벌의 추진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 받은 허생은 맨 먼저 와룡선생 같은 인물(이는 허생 자신일 수도 있다)을 천거할 테니 왕으로 하여금 삼고초려케 할 수 있겠는지를 묻는데, 이에 대한 이완의 답변은 부정적이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벌의 창도자(唱導者)인 왕 자신부터 이를 실행하려는 결연한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