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의 문학사적 위치 재정립- 단편소설「도시와 유령」,「오리온과 능금」,「돈(豚)」,「메밀꽃 필 무렵」을 중심으로

Ⅰ. 서 론

1. 문제 제기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은 36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습작기(習作期)를 포함한 17년 남짓한 창작기간동안 2편의 장편과 2편의 중편, 59편의 단편과 83편의 수필, 12편의 시, 평론, 꽁트, 번역소설)을 남겼다. 이효석의 작품들은 당대는 물론이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까지 높은 관심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근대소설사에 있어서 이효석의 소설이 점하고 있는 위치는 참으로 독특하다. 전, 후기의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낙차는 물론, 후기의 작품들 역시 어느 한 쪽으로 포함시키기 어렵다. 이효석이 활발하게 활동했던 1930년대는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들과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 생산이 본격화되는 기간이다. 양자 모두 각각의 미학적 수준을 성취해 나가고 있었다. 이때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형성한 이들 중의 하나가 이효석이다. 어느 계열에도 쉽게 포함되기를 거부하는 그의 작품세계의 다양함은 곧, 이효석 내면의식의 복합성의 결과라고 할 수 있거니와, 이러한 성격의 대상을 논의함에 있어서 우리는 편향된 입장을 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홍재범, ｢이효석 소설 연구｣, 서울대학교 출판부…(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