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한국민주주의론

김만흠의 작업 역시 정치의 문제를 정치제도정당엘리뜨의 문제로 국한시켜온 그간의 정치학적 분석의 한계를 넘어, 한국에서의 시민사회 형성의 역사적 경과라는 맥락에서 정치과정에 접근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와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관심은, 대중들이 생활과 직결된 문제에 직접 참가할 때만이 민주주의의 전망이 열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주의가 근대의 산물, 더 구체적으로는 군사정권 시절 조성된 지역패권주의의 산물이며, 권위주의의 붕괴가 곧 권력의 사회적 기반 확대로 나아가기보다는 지역주의 정치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대한 그의 분석도 한국의 시민사회의 형성과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한 안목을 잘 보여주는 탁월한 분석이다. 한편 그는 서문에서 지적하였듯이 정치사상사의 다양한 고전들에서 제기된 풍부한 개념들을 한국정치의 분석에 도입하고 있어서 현상적인 정치과정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그간의 경향들을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그가 기존 정치학의 서구주의적 접근의 병폐를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개념, 접근방법, 대안적 전략…(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