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내가 읽은 신 경숙은 참으로 엽기적인 작가이다. 그것은 신경숙이 설정하는, 어쩌면 작위적이도록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잘 드러난다. `풍금이 있던 자리` 단편집 하나를 통틀어 볼 때, 떼 죽음(직녀들)이나 괴기한 죽음(새야 새야), 의미를 알 수 없는 죽음(멀리, 끝없는 길 위에) 등 끔찍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 실종이라는 상황(멀어지는 산, 해변의 의자), 강간이나 의미가 불분명한 성교(그 여자의 이미지, 배드민턴 치는 여자) 등, 작가의 곱고 멈칫거리는 문체 뒤에는 끔찍한 상황들이 숨겨져 있다. 그런데, 그 엽기성은 작가가 흥미 위주로 설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읽은 신 경숙에게는 그 엽기성은 필연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왜냐구? 신 경숙이 그려내는 세계는 부조리한 세계이다. 그 세계는사랑하는 사람이 일순간에 돌아설 수도 있는 세계(해변의 의자)이고, 그저 가슴 설레인 죄밖에 없는 여자가 무참히 강간당하는 세계(배드민턴 치는 여자)이고, 친구가 왜 죽었는지도 알 수 없게 거식증으로 죽어가야만 하는 세계(멀리, 끝없는 길 위에)이다. 그 부조리한 세계의 아픔을 담아내는 인물은 그 세계의 끔찍함을 반영하는 인물이어야만 한다. 신…(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