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 [문학작품 분석] 김영휴의 ‘유정무정’ 분석 - 근대의 연애관을 중심으로

시에 불분명하고 추상적이었던 연애의 의미를 구체화하고 적극적으로 생산해내는 장소로서, 빠른 시간 안에 의미를 전달, 확산, 창조해내었다.10) 때문에 근대의 낭만적 ‘연애’의 기류를 문학작품, 특히 소설을 통해 짚어내고 분석한 선행연구가 많았다.

3. 정(情)은 Love의 개념일까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가 한탄하듯 하는 말이 있다. “열렬하게 사랑해서 사는 부부가 얼마나 있겠는가, 다 정(情)으로 살지.” 이 말에서 보이듯 우리 사회에서 쓰이는 정(情)이라는 단어는 ‘사랑’과 동일시하기에는 다소 이질적인 구석이 있다.
실제로 기존 한국 사회에서 사랑을 나타내는 데에 주로 쓰이던 정(情), 애(愛), 사(思), 상사(相思) 등을 ‘연애’와 동일한 뜻으로 보기는 어렵다. 1910년대 ‘연애’라는 어휘가 혼인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11), 이 시기 지식인들 사이에서 ‘정’이라는 기존의 감정이 새로운 차원으로 재정립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텍스트 제목인 「有情無情」의 정(情) 또한 기존의 정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새롭게 정립된 ‘연애’ 감정으로 보아야 할지 보다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작품 속 영호가 순희에게 전혀 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이 있다면, 그것은 뜨거운 연애감정이라기보다는 10년이 넘도록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인륜적 정에 가깝다. 즉, ‘유정(有情)’에 해당하는 정은 인륜적, 인간적인 정이고 존재하지 않는 정인 ‘무정(無情)’에 해당하는 정은 ‘연애’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유정무정’을 글자 그대로 ‘사랑의 있고 없음’으로 해석하기보단, 자유로운 연애감정이 발아하던 근대의 흐름을 바탕으로 ‘전근대적인 정은 있으나(有情) 신문명적인 사랑은 없다(無情)’라고 해석하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Ⅲ. 텍스트에 나타난 연애관
- 영호가 느끼는 감정의 혼란을 중심으로

1) 영호는 소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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