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

그토록 맑은 물이 나오다니. <본문 중에서>

추운 겨울날 선영과 함께 등산을 하는 사내는 선영의 오줌싸는 모습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낀다. 어찌 보면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 봐서는 안 될 장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내가 그 모습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너무나 추운 이 세상을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바로 선영이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선영은 오줌 줄기 하나로, 그 미미한 온기로 세상 저 편에 있는 따뜻함을 이 ‘추운‘ 현실에 옮겨 놓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그 ’따뜻함’과 오줌의 ‘습함‘을 잊지 못해서 바다를 찾게 되는 것이다.

(2) ‘물’과 ‘불’의 이미지
사람은 태어나면서 엄마를 찾게 된다. 모태 속에 있으면서 아니 ‘물‘속에 있으면서 얻게 된 일종의 무의식이 ’모성 = 물’이라는 구조를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여성‘과 ’물’은 축축한 땅이 되어 지상의 곡식을 자라게 하고 생물들에게 젖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반면 남성성인 ‘아빠’는 ‘물’에서 멀리 떨어진 존재, 즉 ‘불’로 표상화된다. 그리하여 창공에 높이 떠있는 별을 지침으로 삼아 유목과 정벌의 길에 나서는 남성들의 세계에서는 세계를 정복하고 정리하는 존재로서의 존엄한 법과 종교의 상징 체계가 필요한 바, 그것의 지표가 바로 타오르는 ‘불’이다. 물이 생명을 기르는 것이라면, 불은 생명을 태워 없애버리는 것. 농경 사회에서 모성이 강조되고 유목 사회에서 부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창훈의 소설에서 ‘물’과 ‘모성‘을 찾아내는 순간 그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아내는 화장을 했다. 불은 오래도록 타올랐다. 그는 동그란 유리창을 통해 타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불이 마치 날개같다고 생각했다. 어디로 날아갈까 저 불꽃들은. 어디로, 왜. 그는 울지 않았다. 도대체 모든 것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오래 묵은 종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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