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윤리 읽을거리

<연지색 블라우스>
엄마는 결혼반지를 몇 번 끼어보지도 못하고 삼촌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팔았다. 엄마가 결혼할 때 가지고 온 독일산 비로드는 할머니가 고모에게 주어버렸다. 집에만 있는 촌여자에게는 소용에 닿지 않는다고. 그 외에도 고급 모직 같은 분에 넘치는 새색시의 옷감들 역시 모두 고모에게 가버렸다. 한때 배우였던 고모는 서울에서 앙드레 김 의상실에 다녔다. 시골 여자의 옷감을 넘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걸 입을 수 있었다. 할머니나 아버지는 전혀 몰랐겠지만 쉰이 넘어서도 엄마는 그 비로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옷장을 뒤지다 헝겊조각이 보일 때면 옷을 만들어달라고 조르곤 했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다음에 더 좋은 것으로 해줄게”라면서 꼭 비로드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그런 비로드는 없는데........ 그걸 두었다가 네 옷이나 만들어주는 건데........”라고. 긴 검정 치마에 흰 블라우스, 분홍색 스웨터를 10년 이상 외출복으로 입을 정도로 엄마는 치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엄마가 30년도 더 지난 이야기를 꺼낼 때는 속에 무언가가 꽉 맺혀 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시동생들…(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