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로니아 찬가를 읽고

스페인 내전, 어떻게 보면 이는 지난 날의 한국 역사에 존재했던 혼란기와도 같아 보였다. 1920년대부터 고조되기 시작했던 사회주의적 흐름 그리고 일본으로부터의 독립과 동시에 겪어야 했던 중심적 사상의 부재로 인한 아노미적 상태. 하지만 그것은 외세의 침략에 의해 억지로 정리되어야 했던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불행했고, 스페인은 행복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수많은 당들의 난립 속에서 스스로의 역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념이 아무리 훌륭해도 폭력으로 얼룩지어진 해결은 결코 아름답지 않은 듯 했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는 이념 앞에 말살당했던 기본적인 인간 존엄성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국인으로서 처음 그가 스페인을 찾았을 때, 스페인 곳곳은 혁명의 물결이 흐르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노동자로서의 삶이 대접받는 듯한 그 모습은 그에게 혁명에 대한 큰 감수성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